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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와 창의

2019/05/08

미드 지정생존자를 보면서, 또는 일본 애니등 기타 등등 시리즈 물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고도로 효율화된 상업화와 고도로 민주적으로 정착된 일산분란한 의사결정 협업의 총화가 창의의 발현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즉, 재능있는 소수 각본가의 반짝이는 시놉시스가 부재하는 대신,

그 자리를 회의, 협업, 효율의 모자이크가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리즈 물이 어떤 제목을 달고 있어도, 제목은 아이디어의 시발점만 대표할 뿐 전체의 맥락과 굵은 줄거리는 비슷비슷해져간다. 각본이 팀에 의해 나온다. 창작의 제작과정이 애자일인가? 뭐 애자일인 것은 좋은데 고품질/고생산성이 작품의 또이또이화를 낳는다면?

예를 들면 이런 회의가 난무한다.

먼저 포스 넘치는 지략가가 조연의 핵심이에요. 아 그런데 뭔가 특이하게 장애가 있거나 뭐 그런 설정이면 좋겠어요. 배경은 중세와 미래를 섞을까요? 다음 시즌 넘어가기 전에 무슨 떡밥을 넣을지 아이디어 내서 다음 회의 때 모두 들고와요. 주인공이 대머리라니 미쳤어요? 그럼 근육있는 대머리는 어떨까요? 그건 너무 스테레오 타입이에요. PC도 고려해야죠. 이 떡밥은 식상해요. 채도가 너무 높은데 조명을 낮추고 톤다운을 해서 제작비좀 아껴봐요. 백악관의 80%는 CG로 처리하기로 정했고 주요 조연은 8명 이상 불가해요. 총액을 제한하던가요. 테러리스트의 과거에 뭘 채울까요? 실패한 부자관계는요? 포니테일은 왜 안 나와요? 유단자 아시아인은 오리엔탈리즘이잖아요. 베이스 치는 여고생은 긴 생머리로 합시다. 다다음화 아이디어가 안 나왔으니 마츠리로 때웁시다. 일단 여름 해변 여행까지 버텨야죠.

지정생존자 계속 가야되나 말아야되나... 으...

배틀스타갤럭티카 이후로 쌈빡한게 없구나.. (아... 본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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